두 초석을 자세히 보면, 주자 가히 고 없고의 차이를 빼면 거의 같은 모양이다. 원형 초석으로 분류되는 것 중에는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의 초석도 있고(동구릉 초석), 원통형으로 생긴 조석(강릉 칠사당 초석)도 있다. 칠사당 초석과 법천사지 초석은 원형 초석으로 분류되는 반면, 수덕사 초석은 방형 초석으로 분류된다. 원형 초석이라는 분류가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이유는 가공 초석을 형태별로 분류할 때 중요한 사항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초석을 분류할 때 중요한 것은 좌식생활을 위한 높은 바닥인지 입식 생활을 위한 낮은 바닥인지 아닌지다. 고려 시대에 지어진 집에는 낮은 초석이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실내 바닥의 마감과 관계가 있다. 낮은 초 석이 사용되던 당시에는 한옥에 온돌과 마루가 충분히 장착하지 않았다. 실내는 전이나 이에 따르는 마감이었고, 당시 생활 또한 입식생활이었 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석은 온돌과 마루가 실내의 전형적인 마감이 되면서부터 높아졌다. 마루를 놓거나 구들을 드리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낮은 초석과 높은 초석의 근본적인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요즘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서 관람하는 전시관으로 설계된 한옥이 많이 지어지는데, 도면을 보면 마루 놓고 온돌 설치하던 조선 시대 살림집 초석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낮은 초석에 마루를 설계한 도면도 종종 있다. 이는 내부마감과 초석의 높이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때문으로 보인다. 낮은 초석과 높은 초석을 구분할 때, 초석이 몇 센티미터 이상이면 높은 초석이고 그 이하면 낮은 초석이라는 것은 아니다. 낮은 초석과 높은 초석은 내부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개념적인 구분이다. 가공 초석을 형태적으로 분류할 때에는 우선 낮은 초석과 높은 초석 그리고 장초석 정도를 먼저 구분해놓고 나서 기둥이나 수좌의 모양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가공 초석의 형태상 분류 이 원형 초석 한옥의 경우, 원형 기둥을 사용하면서 마루를 설치할 때에는 초석 모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의 초석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는 마루를 드리기에는 조금 낮다. 그렇다고 충분한 운도 雲 두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발의 모양을 크게 만들면 초석이 엄청나게 커진다 (87쪽 2·3번 화령전 사진 참조),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초석도 있기는 하지만 사례도 적을뿐더러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원형 기둥을 사용하면서 마루와 구들을 드린 한옥에서는 그냥 네모난 초석을 사용한 사례가 훨씬 많고, 꼭 필요하면 팔각형으로 가공해서 초석을 만들었다. • 방형 초석과 사다리형 초석 마루와 구들 드린 집에서 네모난 기둥을 사용할 때는 (높은) 방형 초석이 내 사다리형 초석을 사용한다. 방형 초석과 사다리형 초석은 사실 모양 이가 거의 비슷하다. 흘림이 전혀 없으면 방형 초석이라 하고 흘림이 조금 있으면 사다리형 초석이라 해야겠지만, 어떤 초석은 흘림이 아주 미세해서 방형 초석인지 사다리형 초석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방형 초석은 살림집 한옥에서는 사례가 적고 궁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방형 초석이 사용된 집을 보면 전체적인 느낌이 매우 정 갈증이 나다. 방형 초석은 고막이 처리도 원활하고, 각진 기단과의 관계도 조화롭다. 요즘은 한옥을 새로 지을 때 으레 살림집 초석은 사다리형 초석이어야 한다는 선입관이 있어서 의외로 방형 초석은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좀 의외의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초석을 분류할 때 방형 초석보다 사다리형 초석이 많이 주목받는 때문으로 보인다. 장초석은 말 그대로 '긴 초석' 이다. '길다', '짧다'라는 것은 실내 바닥 높이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몇 센티미터 이상을 장초석이라 규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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