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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건축학

한옥의 모서리

큰 돌을 쓰면서도 무거워 보이지 않고, 디자인상에서도 일관되어 보이는 독특한 방법이 수천 년간 사용되어왔다. 바로 모서리를 ‘ᄀ'자 모양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ᄀ자 형태의 모서리 처리는 고구려 장군총에서부터 근래 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용되었다. 어디를 가나 석조구조물의 모서리 에는 ‘ᄀ'자 모양으로 생긴 돌이 설치되어 있다. 처마가 ‘자로 꺾이는 회첨會隨 부분에서 거꾸로 된 모서리돌을 종종 볼 수 있는데(사진 2), 이는 가공은 어려운 반면에 구조적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 모서리돌의 속 모양 모서리돌이 'ᄀ'자처럼 생겼다고 하면, 돌을 파내거나 깎아서 완전히 ‘자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서는 모 양이 제각각인 모서리돌을 볼 수 있는데, 완전히 'ᄀ'자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ᄀ'자 모서리돌은 겉보기에만 ‘ᄀ'자일 뿐이고 실상은 그냥 큼직한 돌이다. 강회다짐을 하든 전轉을 깔든, 보통은 마감 할 수 있는 깊이까지만 가공한다. 'ᄀ'자 모서리돌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는 석축 모서리에 크고 무거운 돌을 쓰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런 만큼 보 이지 않는 속까지 'ᄀ'자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재료에 대한 경험 우리가 전통건축에서 신경 써서 배워야 할 것 중 하나는 오랜 세월 실험 되고 축적된 재료에 대한 경험' 이다. 선배 엔지니어들이 석축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ᄀ'자 모양의 모서리돌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예외도 있 다. 우리가 앞선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잘된 사례를 통 해서만이 아니다. 잘못된 사례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도 있다. 1~3번 사진들은 서산 김기현가옥에서 볼 수 있는 기단의 모서리 처 리다. 김기현가옥은 사랑채에 차양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런 시설은 다 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유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어 떤 이유에서인지 이 집의 기단은 모서리를 ‘ᄀ'자로 처리하지 않고 두 부 재의 끝을 비스듬히 잘라 맞추는 연귀로 만들었다. 아마 더 보기 좋아서 그렇게 처리한 것 같은데, 지금은 모서리의 뾰족한 부분이 다 깨져 있다. 석재는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인장력과 충격에는 약하다. 특히 날카롭게 돌출된 예각은 대단히 약해서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석재가 오래가지 못 한다. 요즘에는 석조물의 모서리를 연귀로 처리하는 예가 많아서, 수천 년 이어져온 ‘자 모서리 처리 방식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석재의 가공과정 전통적인 석재 가공법은, 돌을 석산에서 채석한 뒤 할석하고, 크게 튀어나 온 부분을 쇠메로 정리하는 혹두기, 전체적인 모양을 정chisel으로 정리하는 정다듬, 도드락망치로 으깨는 도드락다듬, 날망치로 잘게 찍어 곱게 다듬 는 잔다듬, 석재의 거친 면을 매끄럽게 연마하는 물갈기의 과정을 거친다. 채석 → 할석 → 혹두기 , 정다듬 , 도드락다듬 → 잔다듬 → 물갈기 채석과 할석 채석採石은 석산에서 돌을 떠내는 작업이고, 할석割石은 크기에 맞게 돌을 분할하는 작업이다. 예전에는 정으로 구멍을 파고 거기에 잘 말린 밤나 무 가지를 끼워 넣었다고 한다. 잘 말린 나뭇가지에 물을 부으면 목재가 불어나면서 돌이 쪼개진다. 예전에는 채석하고 할석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답사를 다니다. 보면 채석과 할석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요즘은 장비가 워낙 좋아져서 채석하고 할석하는 모든 공정이 쉽고 빨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돌의 결이 무시당하는 등의 문제도 생겼다. 돌 이 가진 결을 고려하지 않고 다루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돌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결을 따라 금이 가는 예가 많다. 물론 요즘도 석공들 대부분이 돌의 결을 따져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돌을 할석하는 일은 거 의 없지만, 필요할 경우 8인치 돌톱으로 5cm 정도를 켜고 그 틈에 조그 마한 철편을 박아 두드려서 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정으 로 쐐기구멍을 파고 그 구멍에 '야'를 박아서 할석한다. 혹두기는 쇠메로 치거나 손잡이가 달린 털이개로 거칠게 가공하는 작업 이다. 현장에서는 흔히 일본어를 사용해서 쇠메를 '겐노玄, 털이개를 '고야' (二中, 고야스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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