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집합주택은 어떤 형태와 외관을 취할 것인가. 오늘날 일반적인 집합주택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질까. 첨단시설들로 무장한 번쩍번쩍 빛나는 금속성의 집합주택들이 대세를 이룰 것 인가 도판 4 아니면 극단적인 역사적 회귀의 경향을 띠면서 고전적인 양식이나 수공예적 장식으로 다채롭게 꾸며진 집합주택이 성행할 것인가. 우선 '역사와 복고'라는 측면과 미래와 혁신'이 라는 두 축을 놓고 생각해 보자.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과 내용의 집합주택이 나타날 것인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떤 집합주택도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완전히 결별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그런 집합주택이 가능하다 해도 사회적으로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미래와 혁신의 이념이 전혀 담기지 않은, 오로지 옛것에 대한 향수에만 사로잡혀 있는 집합주택도 가상해 볼 수 있다. 제16장에서 살펴본 대로 리카르도 보필이 1970~1980년대에 계획한 일련의 집합주택들은 르네상스의 팔라초와 바로크의 궁전을 재현해냈다. 이를 위해 콘크리트 표면을 다양하게 처리하는 기술과 재료의 부드러운 이음매를 위한 섬세한 섬세함을 고안했다. 콘크리트라는 거친 재료를 고귀한 재료로 보이려는 조치였다.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보필의 태도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특정한 시대의 특수한 기능에 적합할 건물을 오늘날의 서민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이십 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치 십팔 세기에 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건축에서 역사와 전통을 수용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완전한 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의 건축을 '유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건축을 유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겉모습이 아닌 본 질적인 성격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 서 1987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건축전시회인 '이 바 BA'는 의미가 있다. 중정을 중심에 두는 블록형 집합 주택은 베를린에서 전통적으로 시행하던 주거환경 구 추방법이었다. 따라서 블록과 중정을 주제로 한 이 바는 원리와 본질에 바탕을 두고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겠다. 는 태도를 보여 준 셈이다. 그런데 베를린에서는 역사적 요소를 채용하되 그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하려고 했다. 옛것의 현대화를 모색한 것이다. 전시회를 주관한 사람들은 건축가들에게 건물의 겉모습이 과거에 속박된 건 피해 줄 것을 주문했다. 역사를 받아들인 돼 현대의 상황에 맞추는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는 주거 환경이 되게 한 것이다. 이처럼 집합주택은 역사와 전통을 잇는 동시에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축가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래에 대해 점 진 적인 개량과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이며, 둘째는 현재 상태로부터 확연한 일탈을 시도하는 혁신적인 태도다. 첫 번째 태도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두 번째 태도는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태도 다. 저명한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 Karl Mannheim은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Ideologue Una Utopias(1929) 에서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정당화한다면 유토피아는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를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즉 유토피아는 기존 질서를 변혁하려는 이념과 태도다. 그런데 건축에서 현재를 부정하는 유토피아의 구현이 가능할까. 근대건축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지향했으나 결과적으론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고, 포스트모던 같은 양식이 뒤를 이었다. 건축이 완벽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주거용 건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서 현재와 전혀 다른 생활과 프로그램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성공한 집합주택 프로젝트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브링크만의 스팡언 지구 집합주택’, 르코르뷔지에의 '위기네 다비타시옹’, 러스킨의 '비커 월 주거단지' 등이 미래의 비전을 과감하게 표출한 사례들이다. 스팡언 지구 집합주택'은 공중 가로라는 새로운 장치를 도입했고 공유공간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해석을 했다. 새로운 재료 사용 등을 통해 집합 주택의 상을 완벽하게 바꾸었다. 비커 월 주 거 단지' 역시 유래를 찾기 어려운 건축 형태를 취했으며, 무엇보다도 특별한 계획 방법을 동원 했다. 모두 당시에 계획되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혁신적인 구성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를 초월한 계획은 아니며,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지향하는 집합주택이란 과거의 방식을 참고로 하되 혁신적인 눈과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여 계획한 집합주택을 의미한다. 최근에 완성된 집합주택들에서도 그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건축집단 엠브이아르디브 이 VRDV가 스페인 건축가 예도 블랑카 led Blanca와 협력하여 마드리드 외곽에 완성한 '미라 도를 The Mirador: 2001-2005'가 대표적이다. 도판 건물 상부에 조성된 거대한 공중정원과 과감한 표피 구성이 특별하다. 땅에서 40m 띄워져서 조성된 정원에 대해 건축가들은 스페인의 전통적인 블록형 집합주택을 90도로 일으켜 세운 결과 생긴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중정을 공중에 매달았다는 것이다. 도판 6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공중정원은 '위기네'에서 빌린 것이라고 본다. 결국이 건물은 르코르뷔지에의 작업을 번안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한 것이다. 건물의 입면은 서로 다른 창문 패턴과 색채를 가지는 아홉 종류의 표피로 구분된다. 각각은 독립된 근린을 이루고, 각 근린으로의 진입은 따로 설치된 '수직가로 verlical streel'을 통하게 된다. 주거지역을 수직적인 구성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무 無에서 창출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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