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학

한옥의 규모별 처마 차이

 

중국의 기후에서 추구한 건축과 이 땅에서 추구한 건축은 근본적인 목표가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소규모와 중규모의 한옥, 경복궁 근정전 같은 대규모의 한옥의 처마를 분석한 것이다. 처마 끝과 방바닥의 각도는 대체로 58 ~62도, 평균 60도다. 이 각도는 집의 규모와 상관없이 유지된다. 처마 각도가 60도 정도라는 것은 중요한 사실인데, 여기에는 먼저 기준이 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기준점은 '기둥 중심선에서 초석 면 위까지'를 생각할 수도 있고, 기둥 중심선에서 방바닥 높이까지'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옥 중에는 초석 윗면과 방바닥 면의 높이 차이가 작은 집도 있고 큰 집도 있다. '누마루'처럼 초석 면 위에서 방바닥이 한참 높은 위치에 있는 집도 있다. 사실 그 차이가 미세하다 해도 기준점은 필요하다. 우리 한옥의 처마가 빛 조절 기능과 관련이 있다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실내의 방바닥에 앉아 있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준이 되는 지점을 기둥 중심선에서 방바닥 높이까지'로 약속한 다음 각도와 처마 내밀기에 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집은 좌향이 각각 다르다. 집이 서향이라면 처마 깊이 60도로 햇빛을 처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여름철 늦은 석양빛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서향집은 서까래를 더 길게 내밀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 집에서 서향에만 서까래를 더 길게 낸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서향집의 경우 좀 더 과감하게 독립된 차양구조를 만든 집이 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차양구조는 그리 많지 않다. 창덕궁 연경당 상향 재, 강릉 선교장, 해남 녹우당, 서산김기현가옥 정도다. 차양 시설에 관련된 표본이 많지 않아서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차양이 설치된 집은 서향인 예가 많다. 여기서 서향이란, 나침반으로 확인했을 때의 정서향은 아닐지라도 개념적으로는 서향이라는 뜻이다. 서까래의 굵기 한옥 처마는 집의 규모와 관계없이 60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한다. 이 각 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이 커지면 처마의 깊이도 깊어져야 한다. 서까래 내밀기가 커지면 서까래도 큰 것을 사용해야 한다. 대체로 현장에 서는 처마 깊이가 4자면 4치 서까래, 5자면 5치 서까래, 6자면 6치 서까래를 쓴다. 서까래 굵기는 ‘최외각 지지점에서 내밀기의 1/10 정도면 무난하다. 하지만 서까래 굵기에 대한 객관적인 문헌 근거는 특별히 없다. 이럴 때는 문화재 실측 조사보고서를 여러 권 찾아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먼저 『종묘 정전 실측 조사보고서』(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89)를 보니, 종묘 정전 태실의 처마는 예상과 비슷했다. 처마 깊이는 8자에 가깝고, 서까래도 얇은 것이 7치이고 굵은 것이 8치였으니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공산당이나 수복방 등을 보면 처마 깊이가 5자인 데 비해 서까래는 6치가 사용되었다. 집의 규모에 비해 서까래가 너무 굵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서까래의 간격은 330~350mm로 실측되어 있는데 조금 넓은 편이다. 서까래를 굵게 쓸 때 서까래 간격을 넓히는 건 구조적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처마 깊이와 서까래 굵기' 그리고 서까래 간격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결국 것들은 하중을 설정하고 처마 깊이가 결정되면, 안전한 구조'를 위해 따라가는 부수적인 요소일 수 있다. 오직 구조적인 면만으로는, 서까래를 촘촘히 걸면 서까래를 약간 가늘게 쓰고 서까래를 굵게 쓰려면 비교적 듬성듬성하게 걸어야 한다. 그러나 한옥에서는 우리의 눈에 익숙한 비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까래의 굵기를 처마 깊이의 1/10 정도로 썼을 때가 구 벽돌 쌓기로나 시각적으로 보기 좋다. 만약 서까래는 처마 깊이의 1/10 굵기로 쓴다'라는 가설이 바르다고 가 정하면, 처마 깊이와 서까래 굵기의 관계를 나타낸 표에서 사선에 가까이 위치한 집들이 비례가 잘 맞게 지은 집이다.

'건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까래의 배치와 규모  (0) 2021.06.14
한옥의 장기적 내구성  (0) 2021.06.14
작은 목재  (0) 2021.06.14
장해와 단해  (0) 2021.06.14
호도법과 목재의 단위  (0) 202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