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이 사선 위쪽에 있으면 서까래를 굵게 쓴 집이고, 사선 아래쪽에 있으면 서까래를 가늘게 쓴 집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사선 아래에 있는 집들은 대체로 겹처마(부연 附椽이 있는 집)인 반면에 사선 위에 있는 집들은 모두 홑처마라는 점이다. 왼쪽 표를 보면, 부연이 있는 집은 부연이 없는 집에 비해 서까래를 가늘게 쓴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연이 있는 집은 상대적으로 장년이 짧게 빠져나오기 때문에 처마 깊이 1/10 정도의 굵기를 서까래로 사용하면 둔탁해 보일 수 있다. 이는 선배 엔지니어들이 구조적인 접근도 중요시했지만 부재의 비례에도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게 해준다. 서까래의 간격 서까래는 일반적으로 1자 내외의 간격으로 배열된다. 하지만 집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서까래의 굵기에 맞춰 서까래의 배치 간격도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서까래 간격은 1자 내외'라는 설명은 조금 부족 한 감이 있다. 서까래는 집의 규모가 커지는 데 비례해 굵어지는데, 초가집 같은 서민들의 살림집 한옥은 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지어졌을 테고, 일반적인 살림집 한옥에는 4~5치 굵기의 서까래, 권위 있는 건물에는 6~7치 굵기의 서까래가 쓰였다. 경복궁 근정전에 쓰인 서까래가 8치 정도이니, 이 정도면 서까래 굵기의 최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데 8치 서까래가 쓰인 경복궁 근정전 서까래의 간격이 1자 내외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8치 서까래를 1자 간격으로 걸면 서까래는 서로 거의 붙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서까래 간격과 연골 벽 차밭 집에서 공포와 공포 사이의 벽을 '포병’ 包 壁이라 하는데, 집을 다 짓고 나면 공포 자체보다도 포박이 더 눈에 잘 띈다. 한 건물 안에서도 기 등의 간격은 모두 달라서 (정한 12자, 협만 10자 하는 식으로 기둥 간격이 조금씩 다르다), 공포의 모양을 다 같게 하면 포병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집을 지으면 눈 밝은 관찰자들은 그 차이를 금방 알아차린다. 선배 엔지니어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선배 엔지니어들은 공포의 점차 길이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포박을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고도로 발달한 기법이다. 서까래의 간격을 조정할 때도 이런 종류의 접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위의 표는 궁궐 목수들이 서까래를 배치한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실측(수리) 조사보고서에서 밀리미터 단위로 표기된 수치를 치 단위로 대략 환산해서 정리한 것이다. 표를 보면, 연골 벽은 서까래의 굵기에 관계없이 대체로 4치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개념적으로 이런 공식을 추론해볼 수 있다. 서까래 간격 = 서까래 굵기 + 연골 벽 물론 지방에 남아 있는 한옥 중에는 연골 벽이 이보다 더 넓은 집도 많다. 반면, 연골 벽이 이보다 더 좁은 경우는 거의 없다.· 서까래 간격 나누기 처마 깊이에 따라 서까래의 굵기를 결정했다면, 연골 벽(4치나 5치)을 더해서 개념적으로 서까래의 간격을 정한다. 그런데 이렇게 결정했다 해도 무작정 서까래를 걸 수는 없다. 개념적인 서까래 간격과 서까래가 걸리는 구간이 언제나 정수배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연히 걸리는 구간의 길이가 결정되면 여기에 평 서까래를 몇 본이 나 넣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래의 도면은 경복궁 근정전 상층 우측면을 도식화한 것이다. 평년 구간은 34.51자다. 서까래를 8치로 쓴다면 연 골 벽 4치를 더해서, 개념적인 서까래 간격은 1자 2치가 된다(1자=10치). 34.51자를 1.2자로 나누어보면 서까래를 몇 본 넣어야 할지 알 수 있다. 계산해보면 28.758개가 나온다. 하지만 28,758본을 걸 수는 없는 만큼 28본을 넣을지 아니면 29본을 넣을지 결정해야 한다. 근정전을 지은 도 편수는 오른쪽에 28본, 왼쪽에 27본을 넣었다.
'건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옥의 규모별 처마 차이 (0) | 2021.06.14 |
---|---|
한옥의 장기적 내구성 (0) | 2021.06.14 |
작은 목재 (0) | 2021.06.14 |
장해와 단해 (0) | 2021.06.14 |
호도법과 목재의 단위 (0) | 2021.06.13 |